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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밀양(Secret Sunshine, 2007)

*****스포일러 주의*****    오늘 우리는 감정보다는 이성, 신비보다는 합리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가치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감정을 과하게 뒤흔드는 것은 대중적인 것이며 심지어는 천하게 여기려 하는 태도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감정과 이성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서로 대등한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란, 인간의 정신이 외부 세계로부터 자극을 받을 때 보이는 반응의 총체입니다. 이는 인간의 근원적인 자아가 외부와 연결되기 위한 다리이자 창문이고, 자아가 그로 인해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며 반대로 고독과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한편 이성은 감정을 감독하는 감독관입니다. 경험주의와 실증주의에 입각하여 작동하는 이성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감정..

영화리뷰 2024.06.09

[영화리뷰] 범죄도시4 (THE ROUNDUP : PUNISHMENT, 2024)

스포주의!!! *****************    범죄도시 시리즈의 4편이 돌아왔습니다. 배우 마동석이 본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향후 영화 8편까지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4편이면 아직 중간 단계네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습니다. 장기 시리즈화를 계획하고 거침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주연을 맡은 마동석 배우가 나이를 더 많이 먹기 전에 최대한 많은 연기를 스크린에 담고 싶어서일수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동력은 2편과 3편의 깜짝 놀랄 만한 흥행 성적이었을 겁니다. 한국의 영화산업이 코로나를 거치며 처참한 흥행 성적에 시달리고 있을 때, 범죄도시 시리즈는 영화관의 가치를 증명하는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받아 냈죠. 이번 범죄도시 4편이 별..

영화리뷰 2024.04.28

[영화리뷰] 퍼펙트 블루(パーフェクトブルー, 1997)

* * * * * * 스포일러 주의 퍼펙트 블루는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블랙스완에 영향을 준 애니메이션입니다. 감상하고 나니 서사 뿐 아니라 연출에서 정말 큰 영감을 줬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퍼펙트 블루는 정신질환이 서사의 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것이 손에 잡히지 않고 흘러내리는 모래알 같은 이야기를 한 곳으로 단단히 묶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주인공 마미는 환각과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조현병 환자의 특징적인 증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현병을 영화에 사용한다는 것은 관객을 깜짝 놀래킬 수 있는 정말 절묘한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환각이란 쉽게 말하자면 매우 고성능의 VR기기와도 같은 것입니다. VR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을 외부에서 바라본 적이 있나요? 체험자가 그 안에서 손에 땀을 쥐..

영화리뷰 2024.04.22

[영화리뷰] 쿵푸팬더 4(Kung Fu Panda 4, 2024)

스포일러 주의 * * * * * * 다시 돌아온 영화 쿵푸팬더 4편입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편이 2008년에 개봉했으니 이 시리즈의 수명도 정말 깁니다. 이전에 있었던 세편의 영화를 3부작으로 완결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법 한데, 이는 개봉 소식이 한동안 없어서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3편으로 이야기를 잘 매듭지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픽사의 토이스토리와도 비교됩니다. 잠시 언급하자면 토이스토리는 3편에서 이야기의 구심점이었던 앤디가 훌쩍 성장해 성인이 되었고,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며 3부작의 서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래서 4편이 개봉했을 당시 팬들은 기대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서사의 매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전작을 넘을 수 없을 영화라는 것을 알기..

영화리뷰 2024.04.17

[영화리뷰] 블랙 스완(Black Swan, 2010)

* * * 스포주의 * * *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블랙 스완'입니다. 제목과 포스터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발레 음악인 백조의 호수, 그리고 동명의 발레 작품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본 영화의 플롯은 극 백조의 호수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갈망과 빼앗김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순간에 카메라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장르적으로는 스릴러, 공포적인 연출을 잘 따르고 있으며, 미장센 활용이 특히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오프닝 장면은 한줄기 하얀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 춤을 추고 있는 한 발레리나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주인공은 발레리나 니나(나탈리 포트만 扮)입니다. 완전한 암흑의 공간에서 연출하고 있기 때문에 발레리나의 모습에서 명과 암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리뷰 2023.12.31

[영화리뷰]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

* * * 스포有 * * * 브레드 피트, 크레이그 셰퍼 주연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입니다. 우선 영화가 미국의 영문학 교수이자 작가인 노먼 멕클레인의 자전적 소설 "A River Runs Through It and Other Stories"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 본인이 체험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몬타나의 훌륭한 자연환경이 단연 돋보이는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192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기계의 발길이 아직 시골을 더럽히기 전, 청교도적인 사고방식이 아직 만연해 있을 때의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회고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한층 더 정취를 끌어올리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영화의 훌륭한 묘사 중 단연 백미라 ..

영화리뷰 2023.11.24

[영화리뷰] 타르(TÁR, 2022)

(스포많이있음) 토드 필드 감독의 영화 타르입니다. 주인공 리디아 타르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의 열연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음악 영화라는 인상을 받고 감상했는데, 실제로 음악에 포커스가 있다기보다는 예술 그 자체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있는 영화인 듯 싶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인트로를 구성하는 것은 두 개의 씬으로 하나는 짧은 호흡으로 누군가의 SNS 메세지를 강조하고 후경에 있는 리디아 타르를 비추고 있는 쉘로우 포커스로 촬영한 씬입니다. 다른 하나는 리디아 타르가 단상에서 길게 인터뷰를 하는 긴 호흡의 씬입니다. 이 두가지 장면은 영화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인트로이면서도 영화의 흐름을 이미 암시하고 있는 중요한 씬들입니다. 첫 씬에서 SNS라는 매체를 빌려서 촬영하고 있는데, 이는 영화 ..

영화리뷰 2023.11.10

[영화리뷰] 빅 쇼트(The Big Short, 2015)

Short는 우리말로 공매도를 뜻합니다. 공매도는 내 수중에 팔 것이 없음에도 일단 물건을 파는 것이고, 차후에 거래대금을 청구받는 거래방식의 일종입니다. 거래 시점과 청구 시점의 시간적 간격에 착안하여, 만약 거래 기간 안에 거래하는 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거래자는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거래 대상의 가치가 올라가면 더 비싼 값을 치뤄야 하기에 거래자는 손해를 봅니다. 공매도는 사실은 보험과 비슷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만든 금융상품입니다. 어떤 투자상품의 미래 가치에 대하여 확실하지 않을 때, 하락에 대한 손실을 메꿀 수 있는 공매도에 자금을 분산시켜 놓으면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공매도, 선물거래는 불확정성이 강하면서도 투자 성공 시 기대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오늘날..

영화리뷰 2023.11.04

[영화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Concrete Utopia, 2023)

(본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에서 시도하는 신선한 재난영화였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찍어낸 재난영화에 익숙하시다면 재난영화가 주로 포커스하는 피사체는 재난을 이겨내는 영웅적인 인간상이라는 제 의견에 동의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난상황은 일상생활에 닥치는 강한 외력의 개입입니다. 공동체에 어떠한 강한 시련이 찾아오면, 그 공동체 내부에 존재해왔던 갈등과 시련이 한순간에 별 것 아닌 것으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극한 상황에 닥쳤을때야말로 전혀 단합할 수 없을것만 같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표가 한 곳으로 모이고, 이는 시련을 극복해낼 원동력이 됩니다. 우리 한민족이 역사적, 시대적 시련에 빠졌을 때 어떻게 극복하여 왔나요? 우리 사람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시련을 극복하였다고 말하는..

영화리뷰 2023.10.21

[영화리뷰] 화란(hopeless, 2023)

기회가 있어 운좋게 영화관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추석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날씨가 선선해지는데, 영화관에는 마침 또 사람이 별로 없는 날이었습니다. 아마도 평일 저녁이라 그랬겠지마는 요 근래 영화관에 걸린 영화들이 화제성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으레 영화를 깊이있게 즐긴다고 착각하고 으스대는 저와 같은 입문자들은, 영화관이 한산하면은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고양되는것 같습니다. 마치 남몰래 혼자 재미보는 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ㅎㅎ 암튼 그렇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화란은 네덜란드를 음차한 것입니다. 중세의 홀란트(houtland)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중세경제를 말할 때, 방앗간은 곡물의 가공에 필수적인 시설이었기에 꼭 설명하고 넘어가는 주제입니다. 방앗간을 사람이나 동물의 힘으로 돌리기..

영화리뷰 2023.10.12